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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웨스트민스터 사원

by myownpace-wildbloom 2026. 7. 27.

런던 여행에서 빅벤과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도 반드시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웅장한 고딕 양식의 성당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영국 왕실과 국가 역사의 중심 무대였다. 약 천 년 동안 왕의 대관식과 왕실 결혼식, 국장과 추모식이 이어져 왔으며, 수많은 왕과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웨스트민스터사원 정면

 

천 년 동안 이어진 영국 왕실의 상징, 대관식의 성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은 바로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다. 1066년 윌리엄 1세(정복왕 윌리엄)의 대관식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영국 국왕이 이곳에서 왕관을 썼다. 최근에도 2023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같은 장소에서 거행되며, 천 년 가까이 이어진 전통이 계속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관식의 형식이 중세 시대부터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왕은 성당 중앙에 마련된 공간에서 성유를 바르고, 왕관을 쓰며 정식으로 국왕으로 선포된다. 이때 사용되는 대관식 의자(Coronation Chair) 역시 1300년대 초부터 사용된 역사적인 유물이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왕들이 같은 의자에 앉아 즉위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왕실 행사만을 위한 장소는 아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예배,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등 현대 영국 왕실의 중요한 순간 역시 대부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영국 국민과 왕실이 함께 살아가는 역사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국가의 기억을 보관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행객 입장에서도 역사책에서만 보던 장소가 지금도 중요한 국가 행사의 무대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웨스트민스터사원 후면

 

건축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영국 고딕 양식의 걸작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현재의 건물은 13세기 헨리 3세가 기존 수도원을 대규모로 재건하면서 만들어졌으며, 프랑스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영국만의 독특한 특징을 담고 있다. 높이 솟은 첨탑, 뾰족한 아치, 리브 볼트 천장,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사원을 더욱 웅장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은 천장이다. 영국 고딕 건축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아치형 천장을 자랑하는데,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고개가 위를 향하게 된다. 기둥과 천장이 만들어내는 수직적인 공간감 덕분에 실제보다 훨씬 넓고 웅장하게 느껴진다. 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내부를 물들이는 모습은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계속 달라져, 오래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또 하나 놓치기 아까운 공간은 헨리 7세 예배당(Henry VII Lady Chapel)이다. 이곳은 부챗살처럼 퍼지는 팬 볼트(Fan Vault) 천장으로 유명하며, 영국 후기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당시 석공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자연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정교한 조각과 왕실 문장, 수많은 성인 조각상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진짜 매력은 내부에서 완성된다. 관광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되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걸으며 공간을 느껴보는 것이 훨씬 큰 감동을 준다. 건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장을 올려다보게 되는 장소다.

 

왕과 과학자, 시인들이 함께 잠든 영국의 역사 박물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이곳이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안식처라는 점이다. 내부에는 왕과 왕비뿐 아니라 정치인, 군인, 과학자, 예술가, 작가 등 영국 역사에 큰 영향을 남긴 수천 명의 인물들이 묻혀 있거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영국 역사박물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장소는 시인의 코너(Poets' Corner)이다. 이곳에는 제프리 초서를 시작으로 찰스 디킨스, 루디야드 키플링 등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잠들어 있으며, 셰익스피어처럼 실제로 묻혀 있지는 않지만 기념비가 세워진 인물도 많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 하나하나를 찾아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과학을 좋아한다면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의 무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이 같은 공간에 안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영국이 학문과 과학 발전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보여준다. 왕족뿐 아니라 국가 발전에 기여한 다양한 인물들을 함께 기리고 있다는 점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단순한 왕실 사원이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 관광지를 여러 곳 방문하게 되지만,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한 건물 안에서 종교, 정치, 왕실, 문학, 과학, 예술이 모두 연결되는 장소는 흔치 않다. 그래서 이곳은 화려한 외관보다도 내부를 천천히 걸으며 각각의 묘비와 기념비를 살펴볼 때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직접 다녀와서 느낀 점

사실 나는 아직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이곳의 역사와 명성은 잘 알고 있지만, 입장권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져 지금까지는 구매하지 않고 여러 번 외부만 둘러보며 지나쳤다. 그래도 빅벤과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런던 중심부를 방문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곳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일반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해야 내부를 관람할 수 있지만,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예배 시간에는 관광 목적으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분들이라면 예배를 위해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지난번 Luminosity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나는 공연 장소가 바로 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일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연이 열린 곳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Westminster Cathedral)이었고,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과는 전혀 다른 장소였다. 이름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헷갈리기 쉬운데, 사원은 영국 왕실의 대관식과 왕실 행사가 열리는 역사적인 교회이고, 대성당은 가톨릭 성당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내부를 직접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물론 아직도 입장권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런던에 머무는 동안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꼭 들어가 보고 싶은 장소 중 하나가 되었다.

 

 

 

 

 

※ 본 글은 웨스트민스터사원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으며, Westminster Abbey 공식 홈페이지와 관련 관광 정보를 참고하였습니다. 운영 시간 및 프로그램은 방문 시기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