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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물 정원, 큐가든

by myownpace-wildbloom 2026. 8. 9.

 

런던 남서부 리치먼드 지역에 자리한 큐가든의 정식 명칭은 ‘Royal Botanic Gardens, Kew’입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감상하는 공원을 넘어,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식물 연구가 함께 이루어지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정원의 규모가 매우 크고 온실과 산책로, 역사적 건축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습니다. 런던 중심부의 관광 명소와는 또 다른 여유를 느끼며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팜하우스

왕실의 정원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큐가든의 역사는 1759년 조지 3세의 어머니인 오거스타 공주가 큐의 왕실 영지 안에 약 9 에이커 규모의 식물원을 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왕실의 휴식 공간이었던 정원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식물을 연구하고 재배하는 장소로 점차 발전했습니다. 1762년에는 건축가 윌리엄 체임버스가 중국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그레이트 파고다를 세웠으며, 18세기 후반에는 식물 수집가들이 남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수많은 종자와 식물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1840년 큐가든은 국가가 관리하는 식물원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세계적인 식물학 연구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오늘날 큐가든은 약 132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정원과 온실, 연구시설, 역사적 건축물을 함께 보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정원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한 정원 설계와 건축, 식물학 연구의 역사가 한 장소 안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200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정원을 걷다 보면 한쪽에서는 자연스럽게 펼쳐진 숲과 호수를 만날 수 있고, 다른 쪽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거대한 유리 온실과 왕실 건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큐가든은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영국의 역사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넓은 정원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런던 중심부의 복잡함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템퍼레이트 하우스

 

큐가든을 대표하는 팜하우스와 템퍼레이트 하우스

큐가든을 방문한다면 가장 먼저 눈여겨볼 건축물은 팜하우스(Palm House)와 템퍼레이트 하우스(Temperate House)입니다. 팜하우스는 건축가 데시머스 버튼의 설계를 바탕으로 리처드 터너가 1844년부터 1848년 사이에 건설한 대형 유리 온실입니다. 당시 이 정도 규모로 철과 유리를 사용해 지은 온실은 매우 혁신적인 건축물이었습니다. 외관은 마치 유리로 만든 거대한 배를 뒤집어 놓은 듯한 모습이며, 내부에는 열대우림 환경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온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습도와 따뜻한 공기가 바로 느껴지고, 커다란 잎과 길게 뻗은 야자수 때문에 순식간에 다른 기후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경험하게 됩니다.


템퍼레이트 하우스는 온대 지역의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실로, 현재 남아 있는 빅토리아 시대 유리 온실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데시머스 버튼이 설계했으며 1863년 처음 문을 열었지만 전체 건축이 완성된 것은 1899년이었습니다. 약 5년에 걸친 대규모 복원 작업을 마친 후 2018년 다시 공개되었고, 현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랄라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약 1,200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야생에서 멸종 위기에 놓였거나 이미 찾아보기 어려워진 희귀 식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앙 통로뿐 아니라 위층의 갤러리도 걸어볼 수 있어 높은 곳에서 온실 전체와 식물의 윗부분을 내려다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두 온실은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인 동시에, 큐가든이 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멸종 위기의 종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기 좋은 거대한 자연 공간

큐가든은 특정 건물 몇 곳만 보고 나오는 관광지라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걸으며 즐기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약 132헥타르의 넓은 부지 안에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과 숲, 호수, 온실, 산책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정원 곳곳의 풍경이 서로 달라서 같은 장소 안에서도 여러 나라와 기후대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트리탑 워크웨이, 일본 전통 건축을 떠올리게 하는 재패니즈 게이트웨이, 중국식 건축물인 그레이트 파고다 등 식물 외에 둘러볼 만한 요소도 많습니다. 다만 각 명소 사이의 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방문 전에 가장 보고 싶은 장소를 정하고 이동 경로를 간단히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큐가든이 일반적인 공원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현재도 활발하게 운영되는 과학 연구기관이라는 점입니다. 큐의 과학자들은 식물과 균류를 분류하고 기록하며, 생물다양성 감소와 기후변화, 식량안보 등 여러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큐의 식물표본관에는 연구용으로 보존된 건조 식물 표본이 700만 점 이상 소장되어 있어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연구 자료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큐가든을 걷는 일은 단순히 잘 꾸며진 정원을 구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식물들이 어떻게 기록되고 보호되는지, 식물의 다양성이 인간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합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풍경이 크게 달라지므로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내기보다는 봄의 꽃, 여름의 울창한 녹음, 가을의 단풍처럼 서로 다른 모습을 만나러 다시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직접 다녀와서 느낀 점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왕실 정원답게 꽃과 나무가 정말 잘 가꾸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정원을 걷는 동안 곳곳에서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특히 팜하우스와 템퍼레이트 하우스에서는 많은 직원들이 직접 물을 주고 식물을 관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있는 곳인 만큼 이렇게 꾸준한 관리가 지금의 아름다운 큐가든을 유지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중간중간에는 잠시 쉬어가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내가 만난 직원들도 정말 친절해서 더욱 기분 좋게 둘러볼 수 있었다.

 

큐가든이 위치한 리치먼드는 사실 내가 한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지역 중 하나였다. 직접 가본 적은 없었지만 좋은 동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히드로 공항과 비교적 가까워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에게는 공항을 오가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런던에서 집을 구하게 된다면 리치먼드도 괜찮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큐가든을 돌아다니면서 그 생각이 아주 빠르게 사라졌다. 공항과 가까워서인지 머리 위로 비행기가 정말 끊임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체감상 10초에 한 대씩 지나간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직접 초를 세어보니 30초에 한대씩 지나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상당히 큰 비행기 소리가 들렸다. 아름다운 정원과 나무 사이를 조용히 걸으며 자연을 즐기고 싶었던 나에게는 생각보다 꽤 크게 느껴지는 단점이었다. 물론 나는 평소에도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라 다른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큐가든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내내 비행기 소리가 조금 아쉽게 느껴졌고, 덕분에(?) 한때 가지고 있던 ‘리치먼드에서 살아볼까?’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접게 되었다.

 

 

 

 

 

※ 본 글은 큐가든 방문 및 소개를 목적으로 작성했으며, 정원의 역사와 주요 온실, 식물 연구에 관한 정보는 Royal Botanic Gardens, Kew 공식 홈페이지의 ‘History of Kew’, ‘Palm House’, ‘Temperate House’ 및 ‘Herbarium’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입장료와 운영 시간, 시설별 개방 여부는 계절과 행사, 보수 작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큐가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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