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초의 국립 공공박물관, 대영박물관의 역사
런던 블룸즈버리(Bloomsbury)에 위치한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이자, 인류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1753년 의회의 법률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1759년 일반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 이는 누구나 무료로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세계 최초의 국립 공공박물관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당시에는 입장 자체가 제한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람 규정이 완화되었고 지금은 연간 수백만 명이 방문하는 런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박물관의 시작은 의사이자 자연학자였던 한스 슬론(Sir Hans Sloane)의 방대한 개인 소장품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평생 동안 약 8만 점이 넘는 자연사 표본과 예술품, 서적, 동전 등을 수집했으며, 이 컬렉션이 오늘날 대영박물관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기증과 발굴, 구입 등을 통해 소장품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약 800만 점에 이르는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00만 년에 걸친 인류 문명을 다루고 있어 '세계사 박물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건물 자체도 하나의 볼거리다. 현재의 웅장한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은 19세기에 완성되었으며, 중앙에는 유리 지붕으로 덮인 '그레이트 코트(Great Court)'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유럽 최대 규모의 실내 공공광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연광이 가득 들어오는 개방감 덕분에 박물관의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박물관에 입장하면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이곳에서 사진을 남긴다. 무료입장이지만 규모와 소장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 대영박물관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로제타석부터 미라까지, 꼭 봐야 할 대표 유물
대영박물관을 처음 방문한다면 모든 전시를 하루 만에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시실만 60개가 넘고 소장품은 수백만 점에 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 유물을 중심으로 관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가장 유명한 전시품은 단연 로제타석(Rosetta Stone)이다. 이 돌에는 동일한 내용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어 세 가지 언어로 새겨져 있으며, 이를 통해 오랫동안 해독되지 못했던 이집트 상형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인류 고고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집트 전시관 역시 대영박물관의 하이라이트다. 거대한 파라오 석상과 석관, 실제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어 고대 이집트 문명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만 보던 미라를 눈앞에서 보게 되면 생각보다 보존 상태가 뛰어나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전시는 파르테논 신전 조각(일명 엘긴 마블)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가져온 대리석 조각으로, 현재까지도 그리스와 반환 문제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유물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관람하면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 문화재 반환과 세계 문화유산의 의미까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시리아의 거대한 날개 달린 황소상, 중국과 한국, 일본의 동아시아 문화재, 바이킹 유물, 중세 유럽 컬렉션 등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유물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대영박물관만의 가장 큰 특징이다.
무료로 즐기는 최고의 박물관, 관람 팁과 개인적인 추천
런던에는 훌륭한 박물관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처음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대영박물관이다.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도 큰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역사를 하루 동안 여행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전은 유료인 경우가 있지만, 상설 전시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관람할 때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것이 좋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전시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보고 싶은 전시관 몇 곳을 정해서 천천히 둘러보는 편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 특히 로제타석 주변은 항상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오전 일찍 방문하거나 늦은 오후를 노리면 조금 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카페와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중간중간 쉬어가며 둘러보기에도 좋다.
직접 다녀온 후 느낀 점
나 역시 여러 번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유물을 발견하게 된다. 워낙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보니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전시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같은 유물이라도 그날의 관심사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래서 대영박물관은 한 번 둘러보고 끝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런던에 머무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찾게 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평일 오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후나 주말에는 방문객이 매우 많아 생각보다 정신없이 관람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나는 한정된 공간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라면 더욱 그렇다. 토요일 오후에 방문했다가 너무 많은 인파 때문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거의 바로 나왔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여유롭게 전시를 감상하고 싶다면 평일 오전이 가장 좋은 시간대라고 생각한다.
비가 자주 내리는 런던에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반나절 이상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역시 대영박물관의 큰 장점이다. 인류 문명의 수천 년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인 만큼, 런던을 방문한다면 꼭 한 번은 들러 천천히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 본 글은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British Museum 공식 홈페이지의 박물관 역사, 대표 소장품 및 관람 정보를 중심으로 작성하였으며, Encyclopaedia Britannica의 역사 자료를 함께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