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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숨은 보석, 월리스 컬렉션에서 만나는 귀족의 예술 세계

myownpace-wildbloom 2026. 8. 6. 18:00

 



런던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월리스 컬렉션(The Wallace Collection)은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화려한 프랑스 장식미술과 회화부터 갑옷과 무기까지 전시의 구성이 다양해, 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도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귀족의 저택에서 시작된 월리스 컬렉션의 역사

월리스 컬렉션은 런던 메릴본의 맨체스터 스퀘어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으로, 과거 허트퍼드 후작 가문과 리처드 월리스 경이 거주했던 허트퍼드 하우스(Hertford House)를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의 수집품은 어느 한 사람이 단기간에 모은 것이 아니라,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허트퍼드 후작 4대와 리처드 월리스 경에 의해 형성되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제4대 허트퍼드 후작은 18세기 프랑스 회화와 가구, 도자기 등 여러 예술품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며 오늘날 월리스 컬렉션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수집품은 리처드 월리스 경에게 전해졌고, 월리스는 허트퍼드 하우스를 개조해 작품들을 보관하고 전시했다. 리처드 월리스가 1890년에 사망한 뒤에는 그의 아내인 레이디 월리스가 저택과 수집품을 관리했다. 이후 레이디 월리스는 1897년 이 방대한 컬렉션을 영국에 기증하며 작품들이 하나의 컬렉션으로 보존되어 대중에게 공개되기를 바랐다. 이러한 뜻에 따라 월리스 컬렉션은 1900년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개인의 취향과 열정에서 시작된 수집품이 오늘날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국가적 문화유산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히 작품만 보는 공간이라기보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상류층의 생활 방식과 미적 취향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궁전을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전시 공간

월리스 컬렉션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미술관보다는 유럽 귀족의 저택이나 작은 궁전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실마다 벽지와 커튼, 샹들리에, 장식장과 가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작품 역시 실제 생활공간에 놓여 있었던 모습과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되어 있다. 흰 벽에 작품만 간결하게 걸어놓은 현대적인 미술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방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금빛 장식이 더해진 가구와 정교한 시계, 세브르 도자기 등을 보고 있으면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의 화려한 생활 문화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월리스 컬렉션은 18세기 프랑스 회화와 장식미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티치아노, 벨라스케스, 루벤스, 반다이크, 렘브란트 등 유럽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The Swing)》이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그네를 타는 장면을 그린 이 작품은 가볍고 우아하면서도 은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18세기 프랑스 로코코 미술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스 할스의 《웃는 기사(The Laughing Cavalier)》 역시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실제로 인물이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한 표정과 자신감 넘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유명 작품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방마다 달라지는 색감과 장식, 가구의 배치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 또한 월리스 컬렉션만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회화부터 갑옷까지, 생각보다 다채로운 볼거리

월리스 컬렉션은 우아한 회화와 프랑스 가구만 전시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부를 둘러보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수집품을 만나게 된다. 특히 무기와 갑옷 전시실은 미술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월리스 컬렉션은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왕실 및 귀족용 무기와 갑옷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의 중세·르네상스 갑옷뿐 아니라 오스만 제국, 인도, 페르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제작된 무기들도 전시한다.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지만 표면에 새겨진 섬세한 문양과 금속 장식을 살펴보면 하나의 정교한 공예품처럼 보인다. 당시 무기와 갑옷이 단순한 방어 수단을 넘어 착용자의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유리 지붕으로 덮인 안뜰 공간도 둘러볼 만하다. 이곳에는 레스토랑이 있어 화려한 전시실을 감상한 뒤 식사나 차를 즐기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월리스 컬렉션의 상설 컬렉션은 별도의 입장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현재 공식 안내 기준으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기획전시는 유료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와 베이커 스트리트, 메릴본 빌리지에서 가까워 런던 중심부 여행 일정에 함께 넣기도 편리하다. 내셔널 갤러리나 대영박물관보다 규모가 아담하고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많은 인파를 피해 여유롭게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직접 다녀와서 느낀 점

월리스 컬렉션을 둘러보며 다른 미술관과 조금 다르다고 느낀 점은 같은 작가가 그린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여러 점씩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보통 미술관에서는 한 작가의 대표작 한두 점을 본 뒤 다음 작가의 작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마치 하나의 연작을 감상하듯 비슷한 그림이 연이어 등장했다. 토끼와 조류 등 사냥한 동물들이 정물처럼 놓여 있는 그림 네 점이 각각 두 점씩 나란히 있는 구역에 걸려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잔인하게 느껴졌지만, 작품들을 차례로 살펴보니 동물의 털과 깃털, 과일과 사냥 도구를 표현한 방식이 그림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특히 눈길을 끌었던 공간은 프랑수아 부셰의 작품 네 점이 나란히 걸려 있는 계단 위 전시 공간이었다. 비슷한 색감과 분위기의 대형 작품들이 한 벽을 가득 채우고 있어,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도 네 그림이 같은 화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월리스 컬렉션은 허트퍼드 후작 가문과 리처드 월리스 경이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오랜 시간 수집한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특정 작가나 장르의 작품을 한 점씩 보여주기보다, 수집가가 관심을 가졌던 작품군을 여러 점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비슷해 보이는 그림들을 나란히 비교하면서 색감과 구도,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의 차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미술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왜 이 사람은 비슷한 그림을 여러 점 모았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월리스 컬렉션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 본 글의 역사 및 작품 정보는 월리스 컬렉션 공식 홈페이지의 컬렉션 역사, 소장품 안내, 방문 안내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운영시간과 기획전시 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